미래를 읽는 소년: 미래를 읽는 소년, #7
이름을 빼앗던 싸움의 끝에서,
한결은 마침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이름을 세상 앞에 내놓는다.
백목진에서 이름 없는 아이들을 구한 한결과 동료들.
하지만 향주의 다음 손은 이미 적토평의 땅을 향하고 있다.
향주는 거짓 혈통과 위조된 문서를 이용해 땅의 주인을 바꾸고,
곡식과 사람을 징발하며,
마침내 해동연방의 이름까지 빌려 사람들을 움직이려 한다.
한결 앞에는 다시 선택을 강요하는 함정이 놓인다.
동료를 구할 것인가.
사람들과 맺은 약속을 지킬 것인가.
그러나 한결은 어느 한쪽도 버리지 않는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백성의 약속을 태우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성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료를 버리지도 않습니다."
향주가 정해 놓은 선택지를 따르는 대신,
이미 움직이고 있는 동료들을 믿는다.
적토평의 혼란은 곧 바다까지 번진다.
검은 새의 배들이 순덕 포구를 향해 몰려온다.
한두 척이 아니다.
수십 개의 불빛,
앞줄과 뒤줄을 나누어 접근하는 배들,
그리고 포구를 공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검은 새의 함대.
한결이 미래 역사책에서 보았던 문장이 현실이 된다.
"해동연방은 이름을 지키기 위해 첫 바다 전쟁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칼을 든 사람들만의 전쟁이 아니다.
누군가는 불을 끄고,
누군가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누군가는 배를 묶으며,
누군가는 전령문을 쓴다.
아미나는 사람들을 정리하고,
에바는 배를 움직이며,
마테오는 기록을 남기고,
리웨이는 사람을 살린다.
한결은 전쟁이라는 것이 칼과 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사람들의 작은 역할이 모여 하나의 포구를 지켜 낸다.
그리고 마침내 향주의 진짜 구조가 드러난다.
향주 일.
향주 이.
향주 삼.
향주 사.
향주 오.
향주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다.
조직이었고,
가면이었으며,
명령 체계였다.
하나가 잡히면 넷이 움직이고,
둘이 흔들리면 셋이 태우며,
넷이 죽으면 다섯이 왕을 부른다.
다섯 개의 이름을 이용해 서로 역할을 대신하고,
한 명이 쓰러져도 전체가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였다.
그중 마지막 이름,
향주 오.
그는 왕의 이름을 이용해 전쟁을 완성하려 한다.
해동연방을 반역 집단으로 만들고,
왕명을 빌려 관군을 움직이며,
해동의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이름을 죄인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실제로 첫 바다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북쪽에서 조선 관군의 깃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향주의 계획은 이미 바다와 육지를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한결은 향주 오를 죽이지 않는다.
살려서 왕 앞에 세우기로 한다.
죽은 사람은 주장만 남기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주 오는 한결에게 묻는다.
왕 앞에 자신을 세우면 해동연방 역시 함께 심문받게 될 텐데 두렵지 않느냐고.
한결은 숨기지 않는다.
"두렵습니다. 그래도 갑니다."
한양으로 향하는 길.
한결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모은 모든 증거와 증언을 정리한다.
위조된 공문.
훔친 인장.
사람의 이름을 지운 장부.
가짜 혈통.
검은 새의 거래 기록.
그리고 향주의 다섯 이름.
이제 이 싸움은 한결과 향주만의 싸움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 기록이고,
누가 사람의 이름을 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 싸움이다.
마침내 왕 앞에 선 한결은 해동연방이 누구 한 사람이 만든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관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포구와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약속.
사람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라,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
그리고 해동연방의 존재는 반역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 대신 조선의 법 안에서,
포구와 마을의 자위와 교역을 위한 공식적인 연합으로 인정받는다.
한결은 그 연합의 대표가 되고,
동료들 역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역할을 맡아 새로운 해동을 만들어 간다.
이제 해동연방은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이름이 아니다.
사람들이 직접 쓰고,
기록하고,
지키는 이름이 된다.
그리고 긴 싸움이 끝난 뒤,
한결과 아미나 역시 서로의 미래를 함께하기로 한다.
한결은 이제 미래 역사책을 예전처럼 자주 펼치지 않는다.
미래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기록이,
미래의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읽는 소년 7》.
미래를 읽던 소년은 마침내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기록하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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